Czekolada różowa w labiryn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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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Y 현실도피


艾希 / ICEY (2016)

중국의 幻刀網絡(Fantablade)에서 제작한 내러티브 사이드스크롤 핵 앤 슬래쉬 액션게임. 게임플레이 자체는 평범한 2D 횡스크롤 액션이지만 중간중간 나레이터가 조잘조잘 떠들며 플레이어에게 현재 상황을 해설하고 다음 진행방향을 안내하는데, 특이점은 플레이어가 행동하기 전에 나레이터가 먼저 '아이시는 ...했습니다' 라고 과거형으로 안내한다는 점이다. 이대로 따라 행동한다면 평범하게 스토리가 진행되고, 만약 반대로 행동하거나 뻘짓을 하면 나레이터가 제4의 벽을 깨고 당황해하거나 플레이어에게 화를 내거나 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스탠리 패러블과 같은 방식이다.

여기에 내러티브의 치밀함과는 별도로 주인공을 조작하여 뭔가를 수행하는 게임으로서의 특징이 약했던 스탠리 패러블과 달리 액션게임 부분만 떼어놓고 봐도 준수한 완성도를 보인다. 연출은 화려하고, 다양한 콤보 조합을 활용할 수 있으며 적의 움직임에 반응해 배리어나 대쉬로 위기를 모면하고 가능한 한 콤보를 이어가는 등, 액션게임으로서 갖출 건 다 갖추었다. 처음 시작하며 플레이어에게 몇 가지 질문이 던져지고 여기에 대한 대답에 따라 난이도가 변경되며, 적들을 쓰러트리면서 입수되는 돈으로 아이시의 성능을 강화시키거나 새로운 콤보기를 습득할 수 있어 이를 얼마나 활용하는가에 따라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다. 아무런 강화 없이 슥슥 진행하다 보면 이지모드라도 고전할 수 있고, 강화가 많이 된 상태라면 노멀도 그리 어렵지 않다.

액션게임으로서 파고들려 한다면 그것도 해볼 만 하겠지만, 이지-노멀 난이도에선 강화 정도에 따라 따라 버튼매싱으로도 대충대충 진행될 만큼, 하드코어 지향이라기보단 캐쥬얼 지향에 가깝다. 뭐, 액션이 너무 어려워 파고들기를 강요하는 것 보다는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겠지. 다만 시작부터 끝까지 메인 스토리 진행을 따르면서 액션게임으로서 진행하면 30분을 채 넘기지 못하는 짧은 분량이 아쉽다. 다양한 콤보기와 강화옵션들이 존재하지만 이걸 활용할 게임 분량 자체가 빈약한 것.


메타게임으로서는 어떨까. 횡스크롤 액션이라는 장르 특성상? 이라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정해진 메인 스토리와 스테이지들이 존재하고 플레이어에게 가능한 선택지는 어느 지점에서 이탈할 것인가로 한정되며, 일단 나레이터의 지시로부터 이탈하면 때로 본 스토리로 되돌아오기도 하지만 이후 게임이 종료되고 스테이지 셀렉트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 스탠리 패러블이 부채꼴처럼 분기가 갈라지는 데 비하면 분기의 구조가 단순하고, 자유도가 적다.

예를 들어 주인공 아이시는 가로막힌 철조망을 대시로 통과할 수 있는데, 개중 스토리 진행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것도 있고 일부는 숨겨진 통로로 기능한다. 그런데 외형상 똑같아 보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통과가 안 되는 철조망도 존재한다. 아무리 통과하려 해 봐도 소용없는 건 물론이고, 만약 그 행동에 나레이터가 아이시가 또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며 비아냥거리는 반응이라도 보인다면 플레이어는 만족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스탠리 패러블이 명작인 건 게임 시스템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예측하고 거기에 대한 반응을 준비해 두었기 때문인데, 그런 점에서 아쉬움을 느낀다.

플레이스타일에 대한 반응도 약하다. 스탠리 패러블에서 나레이터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마구 게임을 진행해 보면 나레이터가 여기에 반응해 대사를 하지만 아이시에서는 그런 반응이 없이 화면전환과 함께 이전 대사가 끊기고 새로운 대사가 출력된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며 노는 게 아니라 게임을 가지고 노는 이런 게임에서 나레이터의 반응이 제한되는 건 아쉬움을 남긴다. 액션파트와 마찬가지로 이쪽도 볼륨의 부족이 문제인 것.

"뭐라고? 또 떨어졌어! 아니 대체, 왜 아래로 떨어지는 건지, 대체 이게 말이 되나요?"

"어째서야...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여기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장르의 진행상 오솔길 진행이 되기 쉬운 건 어쩔 수 없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비슷하게 오솔길 진행이면서 메타게임적 요소가 풍부했던 언더테일과 비교하면 더욱 아쉽다. 아이시에서는 같은 보스에게 몇 번이고 죽으면 너님 이걸로 몇번째 뒈짐 이라는 메시지가 표시되긴 하지만 그 외에는 플레이어의 이전 행동을 기억하지 않고 특정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하면 매번 같은 반응을 보인다.

예를 들어 후반부 스테이지인 시계탑에서 마지막 중간보스 다할과 대면하기 직전에 트리니티라는 몹이 등장한다. 나레이터는 죽이라고 하지만 죽이지 않고 기다리다 보면 그대로 무사통과되며, 다할과의 전투를 생략하고 바로 최종보스전으로 넘어갈 수 있다. 여기서 트리니티를 죽일 것인가 죽이지 않을 것인가에 따라 2종류의 업적이 따로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양쪽 모두를 플레이 2회에 걸쳐 시도해 보게 되겠지만, 아쉽게도 이전에 트리니티를 죽였는데 이번에는 살렸다, 혹은 이전 회차에서 트리니티를 살린 플레이어가 이번 회차에선 죽였다 등의 상황에 따라 대사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비슷하게 오솔길 진행인 언더테일에서 토리엘을 죽인 뒤 리스타트해서 토리엘을 죽이지 않고 유적을 탈출하면 플라위가 상큼한 미소와 함께 너 인생 그따구로 사냐는 비아냥을 날려 플레이어를 뜨끔하게 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부분. 플레이어의 액션에 게임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지켜보는 이런 게임에서 반응의 종류가 적다는 건 회차를 반복할 것 없이 게임 내용이 금방 소모되어버린다는 걸 의미한다.


총 34개의 업적이 존재하며 (스팀에서 본 바로는) 숨겨진 업적 따위 없이 모든 업적과 달성조건을 미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100%를 노리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게임을 진행하다가 중간중간 업적 목록을 보며 뭐가 빠졌나, 이걸 달성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생각하며 플레이해도 4-5시간정도. 작중 최종보스인 유다(猶大)를 쓰러트리고 도전과제 32개를 모두 완수하면 히든 엔딩 스테이지인 마스터의 방(主之間)에 들어갈 수 있다. (남은 2개의 업적은 '히든엔딩을 볼 것'과 '전 업적 달성'이기 때문에 그 외의 모든 업적을 클리어해야 한다.)

비밀번호를 요구하긴 하지만 기존 도전과제 달성 중에 힌트가 제공되기 때문에 찾기 어렵진 않을 것이고, 그동안 게임 제작자라는 설정이었던 나레이터 자신도 결국 이 게임의 캐릭터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걸 인식하며 마지막 씬이 펼쳐지며, 이후의 반전이 볼만하다.

사실 비디오게임에서 가장 수동적인 존재는 바로 플레이어 캐릭터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다른 NPC는 적, 중립 막론하고 최소한 플레이어의 개입에서 벗어나 원시적인 알고리즘을 따라 행동하는 반면 PC는 플레이어가 입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PC들만으로는 게임이 성립하지 않으며, 이들은 게임 진행을 위해 PC에게 의존해야 한다. PC 뒤에 있는 플레이어는 가장 많은 자유를 누리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 역시 게임 내의 정해진 룰과 NPC들의 반응에 의존하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할 수 없다. PC는 플레이어에게, 플레이어는 NPC에게, NPC는 PC에게 의존하는 게임 속 관계 속에서 자유의지를 갖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선택'이라는 개념에 중점을 둔 스탠리 패러블에서 플레이어-스탠리-나레이터의 관계는 플레이어가 선택을 완전히 중단하는 순간 무너지게 된다. 아이시의 진엔딩에서 이 관계는 플레이어의 입력을 받는 PC의 소멸을 통해 붕괴되며, 이후 동일한 진엔딩 에리어로 다시 들어갈 수 없게 되고 새 게임을 시작하면 화면 좌상단의 HP바에 캐릭터 이름 艾希가 아닌 주인공의 스팀 닉네임이 대신 표시되게 된다.

"이 치터가!!!"

"어.. 그게.. 이거 난처하네. 배경 한곳 색칠을 빼먹은 거 같은데, 어..."

액션으로서도, 메타내러티브로서도 적은 볼륨감이 아쉽긴 하지만 가격대를 생각하면 그러려니 할 만한 부분일까. 사실 가격대를 생각하면 이 정도면 결코 작지는 않은데, 개발 자원이 분산되어 액션으로서도 약간, 내러티브로서도 약간씩 모자란 느낌을 준다. 어느 한 쪽에 집중했다면 더 나았을지도?

그래서일까? 일종의 야리코미 요소로 UCEY's Awakening이라는 DLC가 무료로 공개되어 있고, 무한정으로 스폰되는 적들을을 상대하며 하이스코어를 갱신하는 모드인데, 액션게임으로서 아쉬움이 남겨졌다면 여기서 해소하자. 머리를 비우고 30분 정도는 싸워볼 만 한데 결국 질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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